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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나

손끝에서 느껴지는 사랑

by 헬로덱 2022. 9. 15.

한강 나들이를 위해 그늘막과 돗자리 그리고 김밥을 가지고 잔디밭 위에 자리를 잡았다. 

추석의 대낮의 햇살은 뜨겁지 않고 바람은 시원하고 한강 나들이에 딱 좋은 날씨다. 

그늘이 생기는 나무마다 그늘 밑으로 사람들이 모여있다. 

옆 나무 그늘 아래에는 나이가 아주 많아 보이는 할머니와 딸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분이 오신다. 

곧 할머니의 딸로 보이는 아이가 할머니 앞에 다가선다. 

오랜만에 만나는지, 아이는 서먹한 얼굴을 하고 할머니에게 인사를 한다. 

할머니는 넘치는 반가움에 아이의 손과 팔을 어루만지고 아이는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나도 어릴 때 많이 겪어본 상황과 손길이다. 

할머니의 사랑은 말보다 손길로 먼저 표현이 된다. 

그 모습을 보며 3대가 함께 나들이 나온 모습에 괜히 흐뭇하다.

아이는 할머니의 사랑을 느꼈을까? 그냥 어색했을까? 

어린 시절, 가끔 나의 머리를 어색하게 쓸어내리고 만지는 아빠의 손길이 기억났다.

아빠의 그런 손길에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하나?' 아니면 '더 어색하지 않게 다른 곳으로 뛰어가야 하나?' 고민을 했던 게 생각난다.  

아빠는 왜 그렇게 어색하게 나를 쓰다듬었을까.

나에게도 아이가 생기고 그 손길의 의미를 알게되었다. 

나도 모르게, 그때와 비슷한 상황에서, 아이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그저 손길로 느끼고 싶었다.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있었고, 나보다 키가 작은 아이의 얼굴에는 보이지는 않았을 거다. 

내가 그시절 아빠의 미소를 보지 못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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