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뜨거운 햇빛 아래 산책하는데 가끔 버킷햇이라 쓰고 벙거지라고 하는 모자를 한 번 써보고 싶었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버킷햇을 내가 사서 써보지 않았다. ZARA 같은 곳에서 몇 번 머리에 써보기는 했지만 얼굴이 문제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다른 한 손에 깡통을 들고 있으면 딱 어울릴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어떤 버킷햇을 사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나마 모자가 좀 화려해야 어울린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화려한 버킷햇을 찾기 쉽지 않았다. 파타고니아의 웨이브페어러 시리즈 중에 마음에 쏙 드는 패턴의 왼쪽 버킷햇이 있었지만 이미 국내의 재고는 남아있지 않은 듯하였다. 아쉬운 대로 파타고니아 웨이브페어러의 아주 무난한 색깔의 오른쪽 모자를 샀지만 너무 안 어울렸다. 전형적인 낚시꾼 같다. 그래서 반품을 위해 백화점 매장을 들렀는데 그 옆에 피엘라벤 매장에도 버킷햇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피엘라벤은 브랜드 로고가 예뻐서 예전에 한 번 보고 키링을 하나 사고 기억에 남았던 브랜드이다. 그리고 가격도 비싸서 더 기억이 잘 난다.
귀여운 여우가 그려진 로고가 박혀있는 버킷햇을 좀 써보니 모양이 괜찮다. 너무 등산스럽지도 않고 적당했다.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고르다 보면 등산용으로 밀짚모자같이 챙이 큰 경우가 많은데 나는 데일리로 나들이에 쓸 생각이라 챙이 많이 크지 않았으면 했는데 딱 적당했다. 잘 나가는 버킷햇 모델은 키루나햇과 마린쉐이드였다.
둘 다 써보고 느낀 차이점은 마린 쉐이드햇이 조금 더 얇다. 판매원분도 마린쉐이드가 더 얇아서 시원하다고 했다.
마린쉐이드가 머리통을 조여주는 끈도 있고, 모자를 접어서 작게 만들 수 있는 디테일도 좀 더 달려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로고가 이마 정면에 있는 게 아니라 옆쪽에 있다.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운에 딱 로고가 박혀있으면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나는 마린쉐이드를 샀다.
옆에 스웨덴 국기 모양이 작게 있다. 이것도 나름 포인트!
앞에서 보면 브랜드 로고가 없다. 이게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 좀 밋밋한 것 같기도 하다.
귀여운 피엘라벤 북극여우가 옆쪽에 있다.
모자 뒤쪽으로 끈을 당길 수 있는데 등산 같은 아웃도어 활동 시 꽉 조이면 바람이 불어도 안 날아갈 것 같았다.
군대에서 57호 모자를 쓴 나에게 라지가 적당했다. 하나 더 작은 사이즈도 써지긴 했는데 넉넉한 L로 구입.
똑딱이 단추를 이용해 모자를 작게 접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나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모자가 문제인가 내가 문제인가. 내가 문제인 것 같다. 모자는 예쁘다. 다른 사람이 쓴 거 보니 괜찮다. 근데 나는 이상하다. 후우...
이렇게 다시 환불을 하고 다른 버킷햇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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